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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탄생 덧글 0 | 조회 5,286 | 2015-02-24 15:10:59
청출어람  

나른해지는 오후입니다.


번역가 이희재님의 "번역의 탄생"에서 발췌한 구절입니다.


사전에 나온 풀이어는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전도 살아 있는 표현의 아주 일부만을 담아낼 뿐입니다. 

사전은 말의 지도입니다. 

지도가 살아 있는 땅을 추상화하여 나타내듯이 사전도 살아 있는 말을 체로 걸러 뼈만 추려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뛰어난 지도는 땅 자체이듯이 가장 뛰어난 사전은 사람 머릿속에 날것으로 들어 있는 낱말들입니다. 


번역자는 자기 머리에 들어 있는 그 팔팔한 말들을 떠올려야 합니다. 

프랑스의 번역가 발레리 라르보도 번역자는 사전이 보여주는 등가어가 아니라 '우리 기억의 사전'에 있는 말을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억의 사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책, 좋은 문장을 평소에 많이 읽고 머릿속에 담아 두어야 알찬 기억의 사전이 만들어집니다.

기억을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는 말은 천상 새로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땅한 표현이 없을 때는 적극적으로 말을 만들어낼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영한사전은 그런 점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스스로 말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영일사전에서 먼저 말을 만들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때가 많았습니다. 

--- p.363 「18장 말의 지도, 사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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